“벨기에 사람이 롤러스케이트를 처음 발명했어요!”
인기리에 방송중인 JTBC의 ‘비정상회담’에서 각국 발명품을 소개한 적이 있다. 다양한 발명품 중 롤러스케이트가 눈길을 끌었는데,
이 물건을 처음 만든 사람은 벨기에 출신 ‘조셉 메를린(Joseph Merlin)’이라고 전했다.
이 내용은 사실이지만 당시 그가 만든 롤러스케이트는 요즘 우리가 보는 롤러스케이트와는 조금 다르다.
메를린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지금의 롤러스케이트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1735년 벨기에의 도시 위이(Huys)에서 태어난 메를린은 손재주가 뛰어난 발명가였다.
젊은 시절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시계와 악기 등 정교한 기구를 만드는 일을 했다.
그가 25세가 되던 1760년에는 영국으로 건너가 자신의 발명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열기도 했는데, 이때 롤러스케이트도 개발하게 됐다.
쟝 조셉 메를린의 초상화.
그는 파리와 런던에서 활동하며 오토마타 등 다양한 발명품을 남겼다.
메를린의 롤러스케이트는 부츠에 금속바퀴를 부착한 형태였다.
바퀴는 신발 바닥에 일렬로 나란히 배열돼 오늘날의 인라인스케이트와 비슷했다.
그는 롤러스케이트를 신고 자신의 발명품과 박물관을 떠들썩하게 홍보했다고 전한다.
그러던 중 영국의 왕립과학협회가 롤러스케이트 시연을 요청하면서 메를린의 발명품이 최초의 롤러스케이트로 공인받게 됐다.
메를린이 고안한 롤러스케이트(왼쪽)와 최초의 롤러스케이트를 개량한 제품을 타는 모습(오른쪽).
지금의 롤러스케이트와 달리 자전거를 축소한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메를린의 롤러스케이트는 불완전한 것이었다.
브레이크가 장착되지 않아 멈출 수 없었고, 바퀴도 회전하지 않아 방향 전환이 불가능했다.
시연 당시 메를린은 가면무도회에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바이올린을 켜면서 등장했는데, 정지할 수 없어 무도회 거울에 충돌했다는 일화도 있다.
메를린 이후에도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에서 새로운 롤러스케이트를 개발한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롤러스케이트를 대중화시킨 결정적인 계기는 미국의 제임스 플림톤((James Plimpton)이 마련했다.
메를린의 아이디어를 직접 계승한 것은 아니지만, 메를린의 롤러스케이트와 유사한 발명품이 19세기 내내 여러 나라에서 등장했다.
그림은 캐나다에서 1884년 특허를 받은 롤러스케이트의 디자인.
플림톤은 1828년 미국 매사추세츠의 작은 농촌인 메드필드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기계 만지는 걸 좋아했던 그는 취직한 기계공장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18세에 공장장에 오르기도 했다.
21세가 됐을 때는 뉴욕에서 형과 함께 가구사업을 시작했고 10년이 넘도록 사업을 이끌어나갔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플림톤의 인생에도 시련은 찾아왔다. 32세가 됐을 때 무릎에 신경통이 도진 것이다.
의사는 플림톤에게 적당한 운동을 권했고, 플림톤은 겨우내 꽁꽁 언 센터럴파크의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건강을 회복해나갔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봄이 되면 더 이상 스케이트를 탈 수 없다는 것이었다.
플림턴이 고안한 롤러스케이트의 초기형 제품.
이전의 롤러스케이트와 달리 바퀴를 두 줄로 세워 안정성을 높였다.
마침 플림톤은 바퀴 달린 장난감을 타고 노는 아들을 보며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스케이트에 바퀴를 달아서 땅에서도 탈 수 있게 만들려는 것이었다.
그는 스케이트신발의 모양을 그대로 빌려오고, 발볼과 뒤꿈치 부분에 각각 2개의 평행한 바퀴를 달았다.
4개의 바퀴는 나무 상자 안에 배열됐고, 그 위에 고무 스프링이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이런 구조 덕분에 플림톤의 롤러스케이트는 방향 전환과 회전, 후진이 모두 가능했다.
플림톤은 1863년 1월 뉴욕시에서 자신이 만든 롤러스케이트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
그 이후 롤러스케이트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머지않아 롤러스케이트는 미국 전역에 퍼졌고 곧이어 세계적인 인기 스포츠가 됐다.
1884년 볼베어링이 발명되면서 롤러스케이트는 더욱 발전하게 됐다.
롤러스케이트는 당대의 ‘신사’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롤러스케이트를 즐기는 신사들을 묘사한 19세기 만평.
‘한 줄로 세우던 바퀴를 두 줄로 배열해보는 것’은 아주 사소해 보인다.
하지만 이 작은 변화가 오늘날 롤러스케이트를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로 만들었다.
때로는 작은 행동이나 도전이 커다란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겨자씨만 한 생각이나 행동이라도 지금 당장 실천으로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