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기타 일상

2017년을 보내면서(모 아니면 도 / 목동의 수필습작)

청정촌 2017. 12. 31. 09:42



해마다 설이 되면 가족이나 친척들과 함께 둘러앉아 윷놀이 한판을 벌리곤 한다.

윷놀이는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삼국 시대 이전부터 행해오던 우리나라 전통 민속놀이로, 조상들이 집에서 기르던 동물들의

이름을 붙여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을 가리킨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윷놀이에 로또보다 재미있는 확률의 원리가 있다는 점이다.

윷을 던져서 나오는 확률을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 = 어떤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로

계산해보면 도와 걸이 4/16, 윷과 모가 1/16, 개가 6/16 이 된다. 윷을 던졌을 때 개가 나올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이다.

하지만 조상들은 여기에 윷의 앞면과 뒷면을 다르게 만드는 약간의 변수를 추가했다.

윷의 곡면이 완전한 반원이 아니라는 점을 바탕으로 윷의 무게중심에 따른 회전운동을 계산하여 새로운 확률 결과를 내놓았다.

곡면이 위로 나올 확률과 평면이 위로 나올 확률이 4:6이고, 모-도-윷-개-걸의 순서로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오늘로 2017년 이 해가 다가고 곧 신정을 맞는다. 윳놀이는 신정에도 하지만 주로 구정 때 많이들 한다.  


위에서 윳놀이의 유례와 그 속의 과학성을 간단히 언급해 보았는데 사회생활 속에서 종종 쓰는 말 중에 <모 아니면 도>라는

말이 있고, 그 뜻은 각자의 입장에서 여러가지로 해석되나 주로 <한탕주의>라는 부정적 의미로 많이 쓰이는듯 하다.

모와 도는 낮은 확률이지만, 모가 나오면 말이 5개를 가고 도가 나오면 말이 1개를 가거나 뒤로 1개를 물려야  하므로(빽도)

모와 도는 행마에있어서 서로 최선과 최악의 극단적인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다른 긍정적 의미로 해석한다. 

즉, 경쟁사회에서는 <일등이 아니면 꼴찌>라는 뜻으로, 모든 분야를 다 잘 할수 없으므로 어떤 한 분야에 몰두하여 1등을 해서

인정을 받아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는 말이다. 공부를 못한 분야에서는 당연히 꼴찌가 되더라도..........

실력이 있고 건강한 그룹이 선두에서 선도의 기회를 얻게 되고 나머지 그룹은 모두 후미로 빠져서 말없이 순응하는 협력자가 된다.


암수술 전까지는 나는 2렬이 아니면 3렬에 있으면서 1렬에 나서기를 용기가 없어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윳놀이에서 중간 확률인 <개 아니면 걸>인 편안하고 안전한 생활을 즐겨왔었다. 

그러나 2010년 직장암선고를 받고 수술을 끝내면서 보통사람보다 소장도 짧고 여생도 짧다는 것을 알고 부터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7년간을 남보다 더 많이 걸었고 더 많이 공부했다. 오히려 이것이 자기발전의 모티브가 되었다.


그 결과 지금은 20~30대 만큼은 안돼도 40~50대 만큼은 걸을 수 있고, 특히 새 문명의 이기를 먼저 받아들이는 Early Adopter 가 

되어서 인터넷과  IT기기의 활용은 물론이고 사진과 음악의 Digital 작업은 20~30대에 밀리지 않는 70대의 당당한 노인이 됐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100세 장수시대에 젊은이에게 무시 당하지 않고 그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서 정신 바싹 차려야 한다.  

그래서 후반부 제2의 인생에서는 <개 아니면 걸>이 아니라 <모 아니면 도>의 인생을 살으려 한다. 


물론 자연스럽게 주변의 말없는 적이 생겼다. 그들은 내 사고방식이 그들과 다르다고 해서 나를 외계에서 온 ET를 보듯 한다.

자연생태계의 동물의 숫컷은 내 자손의 많은 번식을 위해 암컷을 많이 거느리려고 자기보다 더 건강하고 능력있는 숫컷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는 적으로 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격리 또는 축출 시키려 하는 것은 태생적인 숫컷의 방어 행위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볼수 있는 생존과 번식을 위한 처절한 투쟁은 인간의 세계에서도 눈에 띄지 않게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점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옳은일과 좋은일을 창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세계의 무한경쟁 속에서는 서로에게 정신적 살생을 하기도 하고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특히 비인간적인 못된 수컷들을 나는 "괴물"이라 부르며, 괴물과 싸워야 할 때 만은 나도 무서운 괴물이 되기로 이미 작정했다.


그러나 자연의 가혹한 섭리는 인간세계에서도 통용되여 무섭도록 공평하게 적용된다.

남에게 고통을 주면 자신도 그 만큼 고통을 받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든 작든  어떤 고민을 다들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옛 친구? 우정? 의리?.... 내가 병들어 힘들 때 나를 괴롭혔던 못된 괴물들도 대부분 연기처럼 사라졌다. 


불행하게도 남아있던 그 괴물들은 이미 병들어 죽었거나, 지금 병들어 죽어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나의 건강 회복과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좋은 일만을 생각하며 이미 주변정리는 끝냈다.

좁은 우물안에서 빨리 나와 눈을 더 크게 뜨고 보라. 우물밖에는 더 넓고 밝은 아름다운 세상이 보이지 않는가.  


더구나 100세 장수시대에서 건강하지 못하고 지루한 장수는 의미가 없다.

놀고 먹으며 지루하게 오래사는 장수 보다는 무언가 바쁘게 일하며 오래사는 장수가 훨씬 바람직 하지않은가 !

제2인생의 최후 승자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건강하게 장수하는 능력있는 노인이다.


그러나 무섭게 변해가는 현대 사회는 직업의 세분화된 전문성으로 인해 고도의 전문적 능력을 요구할 뿐아니라 

비전문적인 업무와 단순작업은 자동화기기나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보트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젊은이들도

고용의 기회가 적어지고 있다. 구청의 노인복지 차원의 단순일자리 외에는 노년층의 일터는 사실상 없다. 

       

결국은 각자의 환경에 따라 사는 방법이 달라지며 각자 선택된 최선의 방법을 간섭 하지말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내 인생은 내가 산다.  한 번 뿐인 인생에서 현재를 가치있게 살자, 욜~로 ! (You only Live once, YOLO!) 

나는 <개 아니면 걸>의 편한 인생을 외면하고 <모 아니면 도>의 멋진 인생을 선택했다.


금년은 몹시 힘들고 아쉽기도 했던 해였지만 건강을 되 찾았기 때문에, 새해에는 무언가 좋은 일을 성취 할 것만 같다.

한 가지의 성취를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포기 하거나 뒤로 미루어야 한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내가 잘 할 수 있는 한 분야를 선택하여 더욱 더 몰두 하고 싶다.


2017년12월31일, <희망의 속삭임>의 음률을 타고 건강과 행운을 기원 하면서.......


 ♬ Whispering Hope / Anne Murray